"우리 누렁이 좀 찾아줘 아가씨."
오늘 아침도 여김 없이 김 할아버지의 누렁이 실종 신고로 하루가 시작된다.
나는 남들보다 조금 늦은 시기에 여경을 꿈꾸게 되었다. 딱히 대학 전공이 나와 맞지 않는 것도 아니었지만 4년 전 해코지 당할뻔한 나를 도와주었던 여경의 모습이 계기라면 계기였다. 그때 본 여경의 강직한 얼굴은 아직까지도 강렬한 충격으로 남아 있다.
정말 열심히 공부했다. 3년 동안 자는 시간 먹는 시간 아껴가며 공부에 열중했고 그 결과 나는 59:1의 경쟁률을 뚫고 순경 공채에 합격했다.
"접수되셨고 찾는 대로 연락드릴게요 어르신. "
"아니 누렁이가 이틀째 안 들어온다니까?"
나는 예상보다 빠른 시일에 소속이 배정되어 덕엽리 지구대의 여경이 되었다. 경찰에 대한 환상이 너무 컸던 것일까. 영화 같은 사건의 연속이 될 줄 알았던 지구대에서의 일은 누렁이의 연속이었다. 도심 외곽지역에 위치한 이곳은 너무나도 평화로웠다.
경감님이 말씀하시길 이 마을에서 딱 한 사건 빼고는 그리 큰 사건이 일어난 적이 없었다고 한다.
남들이 듣는다면 분명 꿀 직장이라고 부러워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이런 무료한 생활이 썩 반갑지는 않았다.
할아버지가 돌아가고 지구대는 그제서야 안정을 되찾았다. 드디어 하루 중 제일 큰 사건이 끝난 것이다. 도대체 누렁인 어디서 뭘 하고 있을까?
밀려있던 서류 작업을 끝내고 휴식을 위해 의자에 몸을 기댔다. 하지만 그것도 잠시.
한동안 열리지 않을 것만 같았던 지구대 문이 열리고 헬멧을 쓴 사람이 들어온다.
"길선화씨 계신가요?"
(스토리텔러 : 김유진, 안채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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