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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선화

[하이퍼픽션_달의 뒷면] 도움



" 여보세요 "

 

" 지금 몇 신 줄 알아? 얼른 들어와 "


수화기 너머로 엄마의 잔소리 섞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동아리 모임을 핑계로 정신없이 놀다가 막차 시간을 놓쳐 귀가 시간이 늦어진 것이 화근이었다. 최근 이렇게 늦은 밤에 집에 들어간 일이 별로 없었기에 엄마 딴에는 걱정이 되는 모양이었다.


" 알았어~ 나 지금 가는 중이니까 엄마 먼저 자 "

 

" 목소리 보니까 취했네 취했어. 어디쯤이야 "

 

" 집까지 얼마 안 걸려 금방 가 "

 

" 어휴.. 조심해서 들어와 무서우면 전화하고. "

 

"어~ "


통화를 끝내고 핸드폰을 확인하니 시간은 벌써 새벽 2시를 알리고 있었다.


'망했다 내일 오전 수업인데..'


더 이상 수면시간이 짧아졌다가는 하루가 버거워질 것이라는 생각에 걸음은 점점 빨라졌다. 볼을 스치는 찬 바람에 알딸딸하게 올라왔던 취기가 가시는 듯했다.


'퍽!'


순간적인 충격이 왼쪽 어깨를 덮쳐왔다. 누군가와 부딪힌 모양이었다. 

꽤나 세게 부딪힌 것인지 상체가 크게 비틀려 급히 다리에 힘을 주지 않았다면 그대로 넘어졌을 것이다. 잠시 몸을 가누고 옆을 바라보니 한 남자가 시야에 들어왔다. 한눈에 봐도 만취한 그는 풀린 눈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죄송합니다.. "


이런 경우엔 빠르게 사과하고 지나가는 것이 현명하다. 나는 그에게 고갯짓으로 인사한 뒤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시간끌 필요는 없다.


" 저기요. "


남자가 빠르게 내 팔을 잡고 말을 걸어왔다. 놀란 마음에 남자의 얼굴을 다시 응시하자 그의 입꼬리가 일순간 휘어졌다. 예감이 좋지 않았다.


" 누가 사과를 그렇게 성의 없게 해~ "


팔을 잡고 있는 그의 손에 점점 힘이 들어갔다. 단단히 잘못 걸린 게 분명했다.


" 왜 이러세요.. "

 

" 제대로 사과하라고 "

 

" 아니 그쪽도 같이 부딪힌 거잖아ㅇ.."

 

" 사과하라고! "  


남자의 눈빛이 바뀌며 언성이 높아졌다. 이러다가 정말 무슨 일이 날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머릿속에 차오르며 몸이 떨려오기 시작했다.


" 말 안 들려? 사과하라고. "


남자는 내 상태를 눈치챈 것인지 내 어깨를 툭툭 쳐대며 옅은 미소를 자아냈다.


     어떡하지?

도와달라고 소리 지를까?

만약 아무도 안 나오면 어쩌지?

해코지 당할지도 몰라  

 

 

"거기 두분 뭐하세요."

  

"넌 또 뭐야"  


한 여성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그 목소리의 주인에게로 시선을 돌리자 익숙한 복장이 눈에 띄었다.


" 경찰입니다. "





(다음이야기→)



(스토리텔러 : 김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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